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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의 죽어가는아픔에서 생명들을 돌보고 키워내는 우리들항외과가 되고져!! 사회의 약속마들어: 십자가의 아픔과 공동체의 부활
작성자: 우리들항외과 대표원장박철영    작성일: 2026-09-06   조회수: 163   
한 아이의 죽음에서 사회의 약속으로: 십자가의 아픔과 공동체의 부활

1997년 1월 겨울 전주 어느 분은 스키장 사고로 사랑하는 중학생 아드님을 먼저 떠나보내셔야 했습니다.
아이를 잃은 집의 시간은 그날 이후 예전과 같을 수 없습니다. 세상은 사고를 우연이라 부르고, 불행을 개인의 몫으로 돌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남겨진 부모의 마음은 그렇게 쉽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슬픔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물음으로 남습니다. 왜 그 자리에 더 단단한 안전이 없었는지, 왜 어른들의 세계는 끝내 아이 한 사람을 지켜내지 못했는지, 그 물음은 애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아픔은 한 가정의 비극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어디에서 멈추어 서야 하는지를 묻는 경고가 되었습니다.
발타사르 그런 시안은 작은 잘못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했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방심이 더 큰 불행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전을 우연에 맡기는 사회에서는 같은 비극이 다른 모습으로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형구 원장님께 아드님의 죽음은 견뎌야 할 사적인 상실이면서도, 동시에 다른 부모들만은 같은 절망 앞에 서지 않게 해야 한다는 공적인 책임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왜 우리 아이여야 했는가?”라는 울음은, 마침내 “어떻게 하면 다음 아이를 지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자라났습니다. 그 아픔을 자기 아픔으로 함께 느끼는
전주의 젊은 의사 20여 분의 뜻이 모여졌습니다.
그렇게 청소년의 안전을 생각하는 의사들의 모임, 청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청의의 출발은 거창한 구호보다 앞선, 한 사람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으려는 연대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청의의 역사는 단지 한 단체의 발자취라기보다, 고통이 책임으로 바뀌고, 책임이 다시 실천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시간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슬픔을 함께 짊어지려는 마음이 있을 때, 사회는 비로소 공동체의 얼굴을 갖게 됩니다.
청의는 처음부터 치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친 아이를 보듬는 일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게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청의의 발걸음은 병원 문턱을 넘어 도시의 놀이터와 놀이시설, 학교와 거리, 제도와 정책의 자리로 향했습니다. 전주 시내의 위험한 시설을 점검하고, 안전 사각지대를 조사하고, 공청회와 세미나를 통해 보이지 않던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냈습니다. 이미 일어난 사고를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사회의 부주의와 무관심을 먼저 묻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걸음 속에서 청의는 조금씩 시야를 넓혀 왔습니다.
치료에서 예방으로, 병원에서 사회로, 개인의 상처에서 공동체의 책임으로 나아갔습니다. 2001년에는 일본의 안전시설을 조사하며 더 나은 환경을 배우고 돌아왔고, 2007년에는 사단법인으로 등록하여 공익 활동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청의가 붙들어 온 것은 단지 “사고 이후”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심폐소생술 교육, 응급처치 교육,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한 무료 진료와 치료 연계, 그리고 후원병원 네트워크는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넓은 사회적 장치가 되었습니다. 안전은 병원 안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청의는 오랜 시간 실천으로 증명해 왔습니다.

청의의 시간이 더욱 깊어진 것은 정신건강의 영역으로 나아가면서부터였습니다.
몸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흔히 늦게 발견됩니다. 인터넷 중독, 정서 불안,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들의 내면 균열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위험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안전이 단지 규정과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감수성과 책임의 문제임을 아프게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 이후 청의는 신체의 안전을 넘어 마음의 안전까지 품으려 했고, 트라우마 치유와 심리적 회복을 돕는 프로그램을 더욱 단단히 세워 갔습니다. 아이를 지킨다는 말은 결국 그 아이의 몸과 마음, 그리고 일상 전체를 함께 지킨다는 뜻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청의는 일찍 깨달았습니다.
최근 청의가 주목한 청소년 약물 오남용 연구 역시 같은 맥락 위에 있습니다.
전북 청소년 64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명 중 1명꼴로 처방 없이 약물을 복용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은, 청소년의 위험이 반드시 극단적인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감기약과 진통제, 비타민, 고카페인 음료처럼 일상 가까이에 놓인 것들이 오히려 무심히 반복되는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학업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또래 문화와 가정 안의 느슨한 의약품 관리가 겹칠 때, 위험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생활의 습관 속으로 스며듭니다. 청의는 바로 그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위험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청의의 29년은 결코 요란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조용하고 질긴 시간에 가까웠습니다. 큰일을 이룰수록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묵묵히 행하라는 발타사르의 말처럼, 청의는 앞에 나서기보다 아이들 곁에 오래 남는 방식을 택해 왔습니다. 시설을 점검하고, 치료를 연결하고, 교육을 이어가고, 상처 입은 마음을 돌보는 일은 쉽게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조용한 수고가 한 사회의 바닥을 떠받칩니다. 청의의 시간은 그래서 더욱 깊고 무겁습니다.
그러므로 청의의 29년은 단지 오래 지속된 활동의 기록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아이의 죽음을 헛되이 두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윤리이며, 상실을 사회적 책임으로 바꾸어낸 실천의 역사입니다. 한 아버지의 상처는 끝내 지워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상처가 절망으로만 머물지 않고, 다른 아이들을 지키는 약속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슬픔은 여전히 슬픔이지만, 그 슬픔이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다면, 인간의 고통은 마침내 공동의 희망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청의는 지난 29년 동안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되묻고 있습니다.
안전은 누구의 책임입니까. 아이들의 삶은 어디까지 공동체의 몫입니까. 우리는 타인의 상처 앞에 얼마나 오래, 얼마나 진지하게 머물 수 있습니까. 청의가 건네는 대답은 단순하지만 무겁습니다. 아이 한 사람의 안전은 그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며, 청소년이 안전해야 사회가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이 오래된 믿음이 앞으로도 청의를 움직일 것입니다. 더 조용하게, 더 단단하게, 다시는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이 길은 결코 몇 사람의 힘만으로 이어질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생명을 살피는 자리에서 함께해 주신 의사 선생님들, 병원 밖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기꺼이 감당해 주신 의료인 여러분, 연구와 교육과 실천의 자리를 함께 지켜주신 회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청의를 믿고 응원해 주시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마음과 힘을 보태 주신 시민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연대가 있었기에 청의는 29일 동안 흔들리지 않고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 아이의 아픔을 사회의 약속으로 바꾸는 일에 함께해 주신 모든 의사 선생님과 시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참여와 묵묵한 지지 위에서 청의의 오늘이 가능했습니다. 그 마음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청의는 다시 다짐합니다.
앞으로도 예방 중심의 안전 문화를 넓혀 가겠습니다. 몸의 안전과 마음의 안전을 함께 지키겠습니다. 의료와 지역사회가 손을 맞잡는 더 단단한 공동체 안전망을 세워 가겠습니다. 다시는 같은 슬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 낮은 자리에서, 더 깊은 책임감으로, 아이들 곁을 지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4월 17일 금요일 밤에
1997년 1월 떠나간 얼어붙은 중학생 아이, 2014년 4월 16년 세월호 침몰로 죽어간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 잘못으로 애달프게죽어간 수많은 넋을 위로하며 ,영광이와더불어
더욱 안전한세상을 약속하며--- "청소년의 안전을생각하는의사들의모임(청의) " 상임대표이사 박철영 두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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